기업분할은 크게 인적분할과 물적분할로 나뉩니다.
기업분할을 두고 대주주와 일반 주주의 이해가 상충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최근 인적분할과 물적분할 사례로 우리나라의 기업 분할 이슈를 이해해보겠습니다.
인적분할 물적분할 실제 사례
기업분할, 인적분할 물적분할 간단하게 요약
인적분할은 기업분할 시 회사의 지분구조가 그대로 복사됩니다.
물적분할은 이와 달리 분할되는 회사의 지분을 기존 회사가 100% 소유하는 제도입니다.
기업 분할은 기업가치와 주주가치 제고, 전문성과 효율성 향상, 지배구조 개선 등을 목적으로 수행됩니다.
그러나 대주주의 경영권 유지 등을 위해 이용되어서 상황에 따라 투자자에게 피해를 입힌다는 지적 또한 있습니다.
자세한 내용은 이전 게시글에 나와있으니, 이해에 도움 될 것입니다.
인적분할을 요즘 몰아서 하는 이유, 세금 면제 받을 마지막 기회
요즘 기업분할이 줄줄이 잇고 있습니다.
왜냐하면 "법인세 과세 이연"이 올해까지 유지되기 때문입니다.
공정거래법 상 지주회사가 상장된 사업회사를 지배하려면 2년 안에 30% 전후의 지분을 확보해야 합니다.
이전 게시글에서 말한 것처럼, 인적분할을 통해 지주회사로 전환하기 위해, '자사주 마법'이 이뤄집니다.
간단히 말해서, 지주사 전환을 위해 '주식교환'을 하는 것인데, 원래 이때 발생하는 주식 양도 과정에 세금을 부과했습니다.
하지만 대주주가 자신이 가진 분할 회사 지분을 지주사 주식으로 교환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양도세를 4년간 그대로 놔두고, 그 다음 3년동안 나눠서 납부하도록 특례를 두었습니다.
심지어 대주주가 그렇게 교환한 지주사 주식을 시장에 팔지 않으면, 세금이 발생하지 않게 했습니다.
이 제도는 올해 2023년 말까지 유지됩니다.
지배주주에게 막대한 혜택을 주는 셈입니다.
왜 이런 제도를 만들었을까요?
지저분한 순환출자 등 부정적으로 평가받는 지배구조를 지주사 형식으로 바꾸도록 유도하기 위해서 입니다.
그러니 여기저기서 인적분할로 지주사 전환을 한다고 난리인 것입니다.
OCI, 기업 특징과 인적분할 계획
OCI가 어떤 회사인지 몰랐는데, 영업이익 추이가 꽤 괜찮은 것 같습니다.
지난 해 영업이익은 9,806억원이고, 영업이익의 대부분을 베이직케미칼 사업이 책임지고 있습니다.
OCI의 시가총액은 약 2.3조원을 넘습니다.
OCI는 여러가지 이유로 기업분할, 인적분할을 추진합니다.
회사는 다양한 사업을 구가하는데, 대표적인 것이 화학산업, 그 중에서도 폴리실리콘입니다.
OCI는 폴리실리콘이 경기민감 분야이고, 태양광 전용 폴리실리콘(SoG Poly-Si)의 변동성이 너무 크기 때문에, 주가가 흔들린다고 합니다.
회사는 주가가 태양광 폴리실리콘이 아닌 화학과 도시개발 분야로도 충분히 반영되어야 하며,
영업이익 약 1조, ROE 24%라는 수치에도 PER이 2.5배에 불과하다고 주장합니다.
경쟁업체는 4배, 5배 넘는데 말이죠.
그래서 OCI는 기업가치를 재평가 받고, 전문성을 강화하면서, 지주사로 전환하겠다고 합니다.
그리고 바로 이 지점에서 대주주가 아닌 소액 투자자가 우려합니다.
OCI의 지분은 지주사 전환과 함께 회장이 될 이우현 주주를 비롯한 특수관계인이 22%가량 차지한 상황입니다.
인적 분할을 하면 분사하는 가칭 OCI 화학의 지분도 22%를 가져갑니다.
자회사 22%를 모회사가 새로 유상증자하는 22%와 바꾸면, 대주주 일가의 지분은 껑충 뜁니다.
여기에 지난해 12월까지 OCI가 매입한 4% 미만의 자사주를 고려하면, 상장 자회사의 지분 30%를 가져야 하는 지주회사 조건은 아주 쉽게 달성될 것입니다.
소액주주가 이와 같은 방안을 좋아할 리 없습니다.
물적분할 후 상장과 같은 결과이자, 기업 가치가 중복 계산되고, 주주가치가 하락하며, 대주주 지배권만 늘려주는 꼴입니다. 지주사 전환의 비용을 소액주주의 돈으로 치르는 것과 같아집니다.
OCI의 주주총회 일정은 오는 3월 22일입니다.
현대백화점, 인적분할 계획과 주주의 결사반대
OCI는 현재진행형이지만, 현대백화점은 한차례 풍파를 겪었습니다.
아니, 현대백화점이 풍파를 뚫지 못했다고 표현해야 할까요?
현대백화점은 지난해 영업이익은 3,209억원입니다. 또 영업이익의 대부분을 백화점 부문이 차지하고 있습니다.
여기서 우리는 한무쇼핑이라는 회사를 알아야 합니다.
한무쇼핑은 1988년 한국무역협회가 무역센터에 백화점을 지으려고 현대백화점과 합작해서 만든 자회사입니다.
한무가 한국무역협회인 모양이네요.
현대백화점과 현대쇼핑 등의 현대측 관계자가 한무쇼핑의 지분 과반을 차지한 상황입니다.
한무쇼핑은 현대백화점 무역센터점을 비롯해 목동, 킨텍스, 김포와 남양주의 프리미엄아울렛 등 수익이 엄청 나오는 지점을 보유한 자회사입니다.
또 한무쇼핑은 영업이익도 20%를 구가하고, 심지어 2021년에는 현대백화점 백화점부문의 영업이익 40%를 차지한 회사입니다.
현대백화점 주주가 관심을 갖는 것은 당연하고, 투자자가 "한무쇼핑을 바라보고 투자했다"라고 해도 누가 비판할 사람은 없을 것입니다.
현대백화점은 지난해 9월 인적분할 후 지주사 전환을 발표했습니다.
현대백화점은 임시 주주총회를 열고 신설회사로 지주회사인 현대백화점홀딩스를 만들고, 알짜 회사인 한무쇼핑을 현대백화점에서 분리시키는 안건을 제출했습니다.
현대백화점은 백화점이라는 산업의 성장에 한계가 있다고 보고, 엄청난 자회사인 한무쇼핑과 새로 성장하는 면세점과 지누스를 밀어주겠다고 합니다.
이 두 자회사의 가치가 충분히 평가되면, 현대백화점의 기업 가치와 주주 가치에 긍정적이라는 것입니다.
한무쇼핑은 아울렛 추가 출점과 온라인 사업을 발굴하는 쪽에 집중하고, 현대백화점은 면세점과 함께 시너지를 추구하겠다고 합니다.
주주들이 화를 내는 지점은 다음과 같습니다.
인적분할 후 현물출자 유상증자로 대주주의 지분이 강화되는 것은 예상 가능한 비판 지점입니다.
OCI 사례에서 보듯, 소액주주가 지주사 전환 비용을 부담하는 것이니 말입니다.
그러나 OCI는 OCI홀딩스로 개칭하여 지주회사의 지위로 올라가는 반면,
현대백화점은 지주회사를 새로 신설하고, 알짜회사인 한무쇼핑을 신설 지주회사의 자회사로 아예 빼가는 것을 설계했습니다.
OCI는 인적분할을 해도 모회사와 자회사의 기업가치가 중복 적용되는 정도, OCI홀딩스가 분할 회사의 가치를 받기는 하는 꼴로 끝나지만,
현대백화점과 한무쇼핑을 분리하는 것이 아니고, 신설 지주회사가 한무쇼핑을 가져가므로, 기존 현대백화점은 한무쇼핑의 가치를 잃어버립니다.
현대백화점 주주가 아무리 지주회사 주식을 얻는다고 해도, 날벼락인 것이죠.
회장을 비롯한 경영진이 경영을 못해 주가가 그동안 상승하지 못했다는 주장도 힘을 받았습니다.
그래서 2월 10일 임시 주주총회에서 안건이 부결되었습니다.
보통 주주총회 안건 관련 캠페인은 어느정도 지분이 있는 투자자가 막대한 자금을 써야 가능할까 말까입니다.
일반 투자자가 감당하기에는 매우 어려운 일입니다.
신기하게도, 이번 현대백화점 주주총회에서 캠페인 같은 것은 없었습니다. 일반 투자자가 스스로 판단해서, 안건에 반대표를 던진 것입니다.
현대백화점 경영진은 지주사 전환을 포기한다고 선언했습니다만, 다시 진행할 가능성도 있습니다.
DB하이텍, 한 번 실패한 물적분할 재추진
이러한 인적분할의 물결 속 물적분할을 선택한 회사도 있습니다. 바로 DB 하이텍입니다.
DB하이텍은 과거에 물적분할을 선언했다 포기한 적이 있습니다. 팹리스를 파운드리와 분할하겠다는 것입니다.
근거는 꽤 설득력있습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도 자신인 생산회사와 연구개발회사인 자회사 삼성바이오에피스가 있는데,
이렇게 분리시킨 이유는 바이오젠과 협력하겠다는 의도도 있지만, 자신의 기술이 유출될 것을 우려하는 연구개발 회사들의 위탁 주문 때문이기도 합니다.
물론 바이오젠의 에피스 지분은 이미 삼성이 다 인수했습니다.
DB하이텍도 팹리스와 파운드리를 분리시켜서, 외부의 위탁생산 주문도 받고, 기존 설계도 진행하겠다는 의도입니다.
또 DB하이텍은 전문성을 높이고 수익성을 제고하며 핵심사업을 더 발전시킨다고 하지만,
이밖에 DB하이텍의 시가총액이 뛰면서, DB그룹이 지주회사 관련 법률을 지켜야 하는 상황이 된 것도 기업 분할의 이유입니다.
투자자들은 DB하이텍의 물적분할 재추진에 크게 반발합니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 물적분할 후에 뒤따르는 상장은 아직 할 생각이 없어보입니다.
정부에서 기업 분할 과정에서 기존 투자자를 보호할 방안을 마련하라고 강력하게 기준을 들이밀기 때문입니다.
또 DB하이텍이 인적분할을 통한 지주회사 체제로 나아가려면 기존 대주주와 경영진 등의 지분이 충분히 있어야 하는데, 대주주 등 특수관계인 지분이 17%를 조금 넘기 때문에, 지주사 전환 과정에서 경영권이 침해받을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DB하이텍은 물적분할을 추진합니다.
경영권 리스크도 줄이면서, 분할하는 팹리스 자회사의 지분을 100% 가져갈 수 있습니다.
그리고 물적분할을 추진하면 주가가 하락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대주주가 직접 DB하이텍의 주식을 사들여서, 지주회사에게 필요한 상장 자회사 지분 30%를 확보할 수도 있습니다.
여러모로 물적분할이 괜찮은 방법이라고 판단한 것입니다.
하지만 DB하이텍은 이미 한 차례 물적분할을 실패했기 때문에, 정부 가이드라인에 따라 주주 보호방안을 발표하고 있습니다.
그 중 하나는 물적분할 후 상장을 계획하지 않으며, 상장을 할 계획이 생기면 반드시 주주에게 의사를 묻겠다는 것입니다.
그래도 투자자들은 강력하게 집단행동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가끔 논란이 있는 기업분할 소식을 들고 오겠습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