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금융계가 심상치 않습니다.
은행의 건전성이 취약한 틈을 타, 불안해하는 투자자가 예금을 왕창 출금했습니다.
금융위기를 우려할 수 있지만, 2008년 금융위기와 다르다고 말하는 전문가의 이야기를 정리해보겠습니다.
덤으로 글 작성 중에 발표된 미국 2월 CPI도 보고 가세요.
SVB 시그니처 은행 파산
뱅크런, 왜 일어나고 무엇이 문제인가
뱅크런은 말그대로 "Run to Bank", 은행으로 달려가서 돈을 찾는 행위입니다.
은행은 사람들의 돈을 예금받아서, 자금을 대출해주는 것으로 먹고 삽니다.
조금 어려운 말로 예대마진(예금 금리와 대출 금리의 차이로 나타나는 이익)이라고 합니다.
은행은 대출도 하지만, 다른 투자도 진행합니다.
문제는 은행이 크게 실패할 때입니다.
내가 돈을 맡긴 은행이 크게 손실을 볼 것이라고 생각하면, 내 돈이 사라질 수 있습니다.
그러니 내 돈이 안전할 것이라는 믿음이 없으면, 빠르게 인출하려는 것입니다.
또 한 번 문제가 생기면, 비슷한 구조의 은행도 문제를 공유할 가능성이 큽니다.
사람들은 은행이 안정적인지 확인한 뒤, 그렇지 못한 은행에서 자금을 인출할 것입니다.
그리고 이는 다시 다른 은행 뱅크런으로 이어지고, 금융시스템이 망가집니다.
SVB, 실리콘밸리 은행, 왜 망했는가
실리콘밸리는 IT 기업과 반도체 기업들이 몰린 클러스터 도시입니다. 미국에서 가장 발전하거나 최첨단인 산업이 몰린 곳입니다.
실리콘밸리은행은 이름에서 보듯, 벤처기업과 스타트업을 상대로 하는 상업은행입니다.
실제로 SVB는 에어비앤비나 우버의 자금을 마련해준 것으로 유명합니다.
코로나 창궐로 인해 시장에 유동성이 엄청 늘어났는데, 이 자금이 스타트업으로 빨려들어갔습니다. 그 스타트업 투자를 위해 SVB에 자금이 왕창 몰렸다고 합니다.
2021년에 자금이 2,100억 달러로 1년 만에 배가 늘었습니다.
SVB는 이 막대한 유동성을 관리하는 데 실패했습니다.
돈이 쌓이면 포트폴리오를 잘 짜서 자금의 가치를 유지해야 하는데, 마땅히 굴릴 곳을 찾지 못한 것 같습니다.
솔직히 미국 국채면 가치가 크게 변하지 않는 안정적인 수단입니다.
문제는 기준금리 인상이 왕창 이루어지면서 국채 가격이 폭락했기 때문에 일어납니다.
국채를 지금 팔면 손실이 불어나고, 금리 인상으로 유동성이 줄어서 사람들은 예금을 인출하게 됩니다.
유동성이 줄어드니까 스타트업 투자도 줄어들고, 채권을 팔아서 손실을 감내해야 했습니다.
9일 하루에만 우리 돈 55조가 넘는 돈이 인출되었습니다.
자유 예금으로 자금을 모아서 장기 대출을 해주는 방식의 비즈니스 모델도 시스템 붕괴와 파산에 영향을 주었습니다.
시그니처 은행, 왜 폐쇄했는가
시그니처 은행은 부동산, 법조계, 기업 등을 대상으로 한 은행이라고 합니다.
시그니처 은행은 2018년 이전에는 뉴욕의 부자들을 상대로 영업했다고 합니다만, 2018년부터 암호화페로 사업 포트폴리오를 확장하였습니다.
다들 아시다시피, 가상자산은 투기성이 짙습니다.
대부분의 투자 대상과 달리, 가상 자산에 대응하는 실물이 없다시피 합니다.
기반이 빈약하니, 시장 유동성에 그 가치가 급격히 좌우됩니다.
한때, 예금의 30%가 암호화폐였으니, 말할 필요도 없겠습니다.
게다가 8일, 같은 암호화폐 관련 은행인 실버게이트 은행이 파산을 하자 미국 금융당국의 발등에 불이 붙은 것입니다. 이 이상 다른 은행에 뱅크런 여파가 퍼지면 진짜 금융위기가 됩니다.
그래서 이 이상의 피해를 막기 위해 뉴욕 금융당국이 시그니처 은행을 선제적으로 폐쇄했습니다.
시그니처 은행의 뱅크런이 일요일에 멎어들면서, 다시 회복할 가능성이 보였는데도 말입니다.
연방과 다른 주 금융당국도 이에 동의했다고 합니다.
SVB와 마찬가지로 고객들이 스마트폰으로 막대한 양을 인출해 갔다고 합니다.
'스마트 뱅크런'이라고 해야 하나요?
2008년 금융위기의 줄도산, 지금과 다른 이유
실리콘밸리은행의 포트폴리오가 2008년 금융위기와 다른 이유 중 하나입니다.
SVB는 마땅히 투자할 곳을 찾지 못해서 미국 장기국채에 많이 투자했습니다.
누가 봐도 압도적으로 안전한 자산입니다.
웬만한 은행들이 이딴 식의 포트폴리오를 운영하지는 않습니다.
보통 은행은 금리 인상기에 수익을 많이 창출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2008년 미국 대형 금융기업은 '서브프라임 모기지'로 대표되는 부실하다는 말도 아까운 자산으로 위기를 초래했습니다.
지금과 위기 근본부터 다른 것입니다.
또 금융당국이 사태 확산을 막기 위해 시그니처은행을 선제적으로 폐쇄한 것도 과거와 다른 점입니다.
막대한 예산 지출과 무책임을 낳는 구제금융도 자제하고 있습니다.
미국의 재정 지출을 줄이려는 공화당의 눈치도 보고, '대마불사'를 철석같이 믿는 도덕적 해이도 물리쳐야 합니다.
그러니 예금보험으로 일반 고객의 예금을 보전해주고,
보험 한도를 넘는 경우, 정부나 연준이 국채 등 안전자산을 담보로 하는 금융기관에 유리한 조건으로 대출해주는 프로그램도 계획하는 것입니다.
이렇듯 2008년 위기 이후 미국은 다양한 금융 규제를 마련해서, 금융기관이 그 내실을 단단히 다지도록 유도했습니다.
다시 말해, 부실 자산이 문제가 아니라, 개별 은행의 포트폴리오 구성과 기준금리 인상 여파가 이번 사태의 원인입니다.
그럼 앞으로는 어떻게 될까, 미국 2월 CPI
PCE, CPI 등 물가지수와 앞으로의 경제 상황을 알려줄 PMI나 고용 지표가 중요합니다.
우선 2월 CPI는 한국시간 2023년 3월 14일 오후 9시 30분에 공개되었습니다.
글 작성 중에 공개되었네요.
2월 CPI는 6.0%입니다. 전월 대비 0.4% 상승입니다.
2월 근원 CPI는 5.5%입니다. 전월 대비 0.5% 상승입니다.
2월 근원 CPI의 전월 대비 상승률을 제외하고, 모두 예상값과 맞아떨어집니다.
2월 근원 CPI의 전월 대비 상승률이 예상치보다 높은 이유는 주거비로 보입니다.
이후 전문가 분석이 나오면 확대해서 글을 작성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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