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의 발효과 참여국가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egional Comprehensive Economic Partnership; RCEP)은 2022년 발효된 다자무역협정입니다. 이 협정이 발효되는 순간, 협정 가입국의 무역 장벽이 대폭 낮아져서 경제성장의 효과가 증가합니다. 이 협정의 규모는 대략 세계 GDP, 인구, 교역량의 25~30%입니다. 협정의 규모가 상당히 큰 편입니다. 대한민국(Republic of Korea)은 이 협정을 통해 0.5%가량의 경제 성장 효과를 얻을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각 국의 소비자 후생이 증가하는 것은 당연합니다. 이 협정에 참여한 국가는 동남아시아국가연합 10개국인 브루나이, 캄보디아, 인도네시아, 라오스, 말레이시아, 미얀마, 필리핀, 싱가포르, 태국, 베트남과, 대한민국, 중화인민공화국, 일본, 호주, 그리고 뉴질랜드입니다. 낮은 단계이더라도, 다자 무역 협정을 통해 세계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고, 국가의 외교 경험과 능력도 향상시킨다는 점은 매우 긍정적입니다.
다자 무역협정의 의미, 그리고 RCEP 다자 협상의 시작
앞선 게시글에서 자유무역을 여러 번 설명했습니다. 자유무역 이론은 각 생산자가 자신이 가장 효율적으로 생산하는 분야에 특화하고 교역한다면, 사회 전체적으로 더 큰 후생을 얻을 수 있다는 경제학 기초 이론입니다. 물론 자유무역의 한계 또한 존재합니다. 종교, 이념, 역사 등의 요인과, 국가 안보와 직결되는 교역 분야는 자유무역을 하기 어렵다는 점 등이 있습니다. 또 특화 자체가 어려운 저개발국은 자유무역이 오히려 예속과 피해 확대로 이어진다는 점도 자유무역의 한계로 여겨집니다. 이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세계 각국은 양자 간 자유무역협정을 체결했습니다. 한미 FTA(KOR-US Free Trade Agreement)가 양자 자유무역의 대표적인 예입니다. 전에 게시했던 글의 주제인 세계무역기구(World Trade Organization; WTO)는 이러한 양자 자유무역협정이 자유로운 세계 경제를 구축하는 데 도움이 되는지 고민했습니다. 결국 세계무역기구는 이러한 흐름이 자유무역을 앞당기는 데 더 도움이 된다고 보고, 세계 각국의 자유무역협정을 인정하기로 했습니다. 이전 게시물에서 이 내용을 블록경제(Bloc Economy)라고 이야기했습니다. 블록경제는 점점 커지고 있습니다. 대한민국은 유럽연합과도 FTA를 맺을 정도입니다. 미국(the United States of America)과 멕시코(United Mexican States), 그리고 캐나다(Canada)는 USMCA라는 무역협정을 체결했습니다. 자유무역으로 경제를 성장시킨 국가들은 한 단계 더 경제를 성장시키려고 합니다. 그렇게 나타나는 게 3 국가 이상이 참여하는 다자 무역협정, 메가 FTA입니다. 그 협정의 정도에 따라 메가 FTA는 공동시장으로도 여겨집니다. 메가 FTA는 기존 자유무역협정보다 그 영향이 커집니다. 수출 시장이 늘어나는 것은 1차적이고, 상대국 또한 자유무역으로 경제성장을 이뤄서, 지역 내의 구매력이 전반적으로 상승합니다. 구매력이 상승하면 소비가 늘어나고, 그 긍정적 영향은 다시 돌아오기 마련입니다.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은 2011년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sociation of Southeast Asian Nations; ASEAN)이 협상을 제안하고 2012년 협상을 시작했습니다. 인도(Republic of India)도 협상의 당사국이었지만, 중국과의 무역적자가 더 커진다는 이유로 협상을 포기했습니다.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은 다른 자유무역협정과 다른 특징을 가집니다. 바로 누적원산지(Accumulation)입니다. 메가 FTA 참여국이 다른 참여국의 중간재로 최종생산물을 만들면, 그 최종생산물의 원산지를 국내산으로 인정해주는 제도를 말합니다. 한미 FTA는 상당히 성공한 자유무역협정으로 여겨집니다만, 외국에서 수입한 생산물이 중간재인 경우, 최종생산물이 온전히 한국산으로 인정받지 못합니다. 그러나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 내에서 무역을 할 때는, 협정 당사국의 생산물을 중간재로 사용한다면, 온전히 한국의 생산물로 인정받을 수 있습니다. 이 제도는 점진적포괄적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 Comprehensive and Progressive Trans-Pacific Partnership)도 마찬가지로 적용됩니다.
중국의 협정 참여와 TPP와의 비교, 이를 바라보는 서방 세계의 속내
중국은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rans-Pacific Partnership)에 대항하여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에 적극적으로 참여했습니다.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이 미국과 일본 등 우방국을 중심으로 중국을 포위하고, 자유로운 무역 질서와 아시아 평화를 구축하려는 의도를 띠기 때문입니다.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은 이 점에서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과 다릅니다. 그러나 미국의 정권이 두 차례 바뀌고, 미국은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에서 탈퇴했습니다. 인도는 위에서 말했듯이,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 체제에 가입하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여러 전문가는 미국과 인도가 아시아의 질서와 패권 경쟁에서 패배했다고 말합니다. 하지만 이는 일시적으로 보입니다. 자신들의 지위를 확고히 하고 중국을 제대로 견제하기 위해, 미국과 인도, 호주, 일본을 중심으로 인도태평양경제프레임워크(Indo-Pacific Economic Framework; IPEF)를 발족했습니다. 서방세계는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sian Infrastructure Investment Bank; AIIB)을 포함한 중국의 행보가, 세계 평화를 위협하고 아시아의 분쟁 가능성을 높인다고 보기 때문입니다. 서방세계는 미국의 패권이 세계의 발전을 안정적으로 이끌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대한민국도 이러한 관점에 찬성하여 인도태평양경제프레임워크에 참여했습니다. 대한민국은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 체제에도 가입하려고 합니다.
그러나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과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의 큰 차이점이 있습니다. 먼저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의 시장개방도가 그리 높지 않다는 점입니다. 공산품 개방 정도는 한미 FTA, 한 EU FTA보다 낮고, 농업 개방률 또한 50% 수준이어서, 다자무역협정이라기에 초보적인 수준입니다. 그러나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은 대부분의 영역에서 완전개방에 가깝기 때문에, 자유무역을 통한 후생이 대폭 증가할 수 있습니다. 다만, 대한민국과 일본이 가장 두려워하는 농산물 시장에서,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은 일정 기간 이후 쌀의 관세를 완전 철폐합니다. 일본이 미국이 탈퇴한 협정 체제를 이끌고자, 자신의 약점인 쌀 시장을 개방하는 강수를 두었기 때문입니다. 이는 또 다른 협정 가입의 문제점이 됩니다. 자유무역 이론에 따르면, 자유무역으로 피해를 입는 산업과 그 종사자는 상대적으로 이득을 보는 산업으로 바뀌어야 하지만, 실제로 해당 산업을 유일한 생계 수단으로 삼는 한 인간이 직종을 쉽게 바꾸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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