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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지식 공부

윈저프레임워크, 브렉시트와 아일랜드 분쟁을 돌파할 최선?

by 이슈토네이도 2023. 3.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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윈저프레임워크

 

2020년, 영국 국민은 EU 탈퇴, 즉 브렉시트(Brexit)를 결정했습니다.

그 수많은 영향 중, 가장 치명적인 것은 아일랜드 분쟁일 것입니다.

수 개월 전 취임한 리시 수낙 총리는 이번에 분쟁을 완화할 새 합의안을 가져왔습니다.

이 합의안이 "윈저 프레임워크"입니다.

 

윈저프레임워크

     

    브렉시트, 영국 주권의 회복이거나 쇠퇴의 내리막이거나

    영국은 유럽 대륙과 그 생리가 다르다고 하죠. 섬으로 떨어져 지냈으니 사고 방식이나 문화, 민족적 측면이 크게 작용할지 모릅니다.

     

    대표적인 게 EU의 화폐인 유로화를 사용하지 않은 것이죠.

    금융통화정책을 행사할 수 있게 주권을 양도하지 않아도 되도록 특권을 인정받았습니다.

     

    주권을 일부 양도하며 정치경제 통합을 꽤 이뤄낸 EU,

    하지만 시리아 내전으로 인한 난민 위기가 분열의 트리거가 되었습니다.

     

    유럽난민위기
    유럽난민위기

     

    EU 탈퇴를 원하는 극우정당이 유럽 전역에서 세를 불렸고,

    양당제에 가까운 다당제인 영국에서는 보수당의 일부 정파가 유럽연합 반대 역할을 대신했습니다.

     

    정권을 교체하고 국가 경제를 성공적으로 이끌던 데이비드 캐머런 총리는,

    정권 연장이라는 어찌보면 너무나 당연한 목표를 위해 EU 탈퇴 여론을 이용합니다.

    당내 분열을 극복하고, 부결될 리가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총선 공약으로 "EU 탈퇴 국민투표"를 내건 것입니다.

     

    데이비드 캐머런
    데이비드 캐머런

     

    아무래도 캐머런은 국민들이 EU 탈퇴를 결정할 것이라고 생각지 않은 듯합니다.

    하지만 중장년층은 거침없이 탈퇴에 표를 던졌습니다.

     

    EU의 주도권이 독일과 프랑스에 갔다는 두려움, EU 내의 경제 위기를 책임져야 한다는 불만, EU 분담금을 국내 예산으로 사용할 수 있다는 희망, 난민 위기로 인한 사회 불안 우려 등이 그 이유로 작용했습니다.

     

    브렉시트 당시 신문
    브렉시트 당시 신문

     

    브렉시트, 영국 경제에 어떤 영향을 끼쳤지?

    영국은 EU 단일 시장 아래, 유럽의 금융 허브 역할을 했습니다.

    그만큼 제조업의 성장보다 금융업이 경제를 지탱하는 기둥이 되었습니다.

    영국의 파운드화는 달러화 이전의 기축통화였습니다. 그만큼 신뢰가 높습니다.

     

    영국의 마천루
    영국의 마천루

     

    하지만 브렉시트 이후 상황이 달라졌습니다.

     

    하나였던 시장이 나뉜다는 것은 국경이 생긴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국경이 생기는 것은 무역 통관이나 관세, 규제 등의 무역 장벽이 생겨난다는 뜻입니다.

    무역 장벽은 곧 비용이고, 수출입 품목의 가격 상승으로 이어집니다.

     

    가격은 기본적인 재화 용역의 경쟁력이고, 일반적으로 가격 상승은 경쟁력 저하입니다.

     

    영국 국경 세관
    영국 국경을 상징하는 이미그레이션

     

    또 모든 기업은 큰 기회를 따라 움직입니다.

    그리고 금융업은 자본을 대상으로 하는 산업입니다.

    단일시장에서 탈퇴해서 쪼그라드는 시장보다 거대한 시장에 남고 싶겠죠.

     

    런던 증권거래소
    런던 증권거래소

     

    여기서 아일랜드와 영국의 경제가 크게 벌어집니다.

     

    아일랜드는 법인세 등이 매우 낮은 축에 속합니다.

    영국의 금융 주도권이 약해지자, 어차피 600년의 식민 통치로 영어를 사용하며, EU 단일시장에다 비용도 덜 드는 아일랜드로 많은 금융 기업이 넘어갔습니다.

     

    파리 등의 유럽 대륙으로도 금융 기업의 본사가 이전했습니다만, 회사를 옮긴 이유는 앞과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영국 아일랜드 GDP 비교
    영국 아일랜드 GDP 비교 (출처: https://sluggerotoole.com/2022/12/23/comparing-the-uk-and-irish-economies/)

     

    그래프처럼 아일랜드의 GDP는 영국을 뛰어넘었습니다.

     

    IMF가 예측한 영국의 올해(2023년) 경제성장률은 -0.6%입니다.

    IMF는 한번 결정한 상승이나 하락 추세를 웬만하면 꺾지 않습니다.

     

    브렉시트 이후 영국의 GDP가 5% 이상 하락했다고도 합니다.

    주식시장 시가총액도 파리가 런던을 뛰어넘었습니다.

     

    식은 줄 알았던 북아일랜드 분쟁, 다시 타오르는 뇌관

    더 큰 문제는 아일랜드입니다.

     

    1960년대부터 시작된 북아일랜드 분쟁으로, 영국과 아일랜드 섬에서 무력충돌이 있었습니다.

    이는 1998년 미국의 중재 덕분에, 벨파스트 협정으로 어느정도 일단락 되었습니다.

     

    아일랜드와 영국이 모두 EU에 가입하면서, 아일랜드와 북아일랜드는 한 국가처럼 자유롭게 무역하고 통행할 수 있었습니다.

    문제는 브렉시트로 인해 아일랜드 섬이 다시 실질적으로 분단되었다는 점입니다.

     

    영국 북아일랜드 분단
    영국 북아일랜드 분단 (출처: https://www.cbc.ca/news/world/brexit-northern-ireland-border-european-union-1.5445825)

     

    잉글랜드는 그래도 소득이 높은 지역이라 큰 문제가 없다고 생각했겠지만,

    스코틀랜드와 북아일랜드 등의 지방은 그렇지 않습니다. 그래서 이 지역에서 EU 잔류 투표를 따로 해야 한다고 시위까지 벌였습니다.

     

    북아일랜드는 브렉시트로 인해 소득이 줄어드는 상황을 버티지 못해서, 폭력시위까지 벌였습니다.

     

    북아일랜드 브렉시트 시위
    북아일랜드 브렉시트 시위

     

    테레사 메이 전 총리는 북아일랜드 프로토콜을 제정해서, 브리튼 섬은 EU를 탈퇴하지만, 북아일랜드는 EU에 남아 아일랜드와 교역을 할 수 있게 했습니다.

     

    그러나 이는 영국의 분열을 가져온 꼴이 되었습니다.

    북아일랜드에 가려면 EU에 입국하는 것이고, 실질적인 국경이 아일랜드 섬과 브리튼 섬 사이에 생긴 것입니다.

     

    갈수록 북아일랜드는 유로화를 사용하고, 세금 제도도 EU를 따르고, 상대적으로 번화가인 아일랜드 중심지에 일자리를 구하며 문화적으로 융화되어갔습니다.

     

    테레사 메이북아일랜드의 국경 표지판
    테레사 메이와 북아일랜드 국경 표지판

     

    보리스 존슨은 이 상황을 얼버무리며 회피했고, 한 달만에 쫒겨난 리즈 트러스는 이 프로토콜을 폐지하겠다고만 해서 분쟁을 더 키웠습니다.

     

    책임은 이제 리시 수낙에게 넘겨졌습니다.

     

    윈저 프레임워크, 어떤 내용인가요?

    리시 수낙의 정부는 EU와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협상을 이어갔습니다.

    그렇게 윈저성에서 협상이 마무리 되었다고 해서 "윈저 프레임워크"라고 이름이 붙었습니다.

     

    윈저프레임워크 합의
    윈저프레임워크 합의 성립

     

    영국은 주권 회복과 분쟁 방지, 이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았을까요?

     

    어느 정도는 그렇게 보입니다.

    윈저 프레임워크는 3가지 내용으로 구성되어있습니다.

     

    먼저 아일랜드 섬과의 무역을 두 경로로 나눈 것입니다.

    "그린 라인"은 북아일랜드와의 무역과 인적 이동 등을 한 국가처럼 할 수 있게 장벽을 없앤 것이고,

    "레드 라인"은 북아일랜드를 거쳐서 아일랜드로 수출되는 품목 등이 통관 등의 절차를 거치도록 한 것입니다.

     

    실제로 통관 물품에 초록 선과 빨간 선을 붙일지는 모르겠지만, 나름 합리적인 해결책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윈저프레임워크 무역 상세 사항
    윈저프레임워크 무역 상세 사항

     

    둘째로, 북아일랜드는 EU 단일 시장에서 적용받던 부가가치세나 보조금 등을 영국의 절차에 따라 적용합니다.

    또 의약품, 소시지, 술 등의 품목을 영국에서 문제 없이 들여올 수 있게 되었습니다.

     

    마지막으로, 북아일랜드에 EU법이 적용이 될 때, 이 법이 마음에 들지 않으면, 북아일랜드 자치의회가 거부할 수 있습니다.

    기존 협약 체제에서, 북아일랜드가 적용받던 EU 법률은 1700 페이지에 달한다고 합니다.

     

    그러나 이번 합의 과정을 통해 북아일랜드가 EU 단일 시장에 남아서 아일랜드와의 실질적 장벽 없이 지낼 수 있는 최소한도의 필수 법률이 전체의 3%로 줄어든다고 합니다.

     

    이 3%를 준수하다가, 추가로 북아일랜드에 법률이 적용될 때, 이게 문제가 있다고 한다면, 북아일랜드 자치의회가 거부의사를 의결합니다.

    거부 의사가 의회에서 통과되면, 영국 중앙정부의 명의로 확인차, 거부권이 행사됩니다.

     

    북아일랜드 의회
    북아일랜드 의회

     

    다만 이 거부권이 행사되면, 최종적으로 중재할 권한은 유럽사법재판소에게 주어집니다.

     

    합의안 의결이 남았다, 리시 수낙의 업적으로 남을까

    이 윈저 프레임워크는 이제 영국 의회와 북아일랜드의 정치 세력들의 동의를 얻어야 합니다.

    리시 수낙은 보수당 소속 총리입니다.

    재밌게도 상대 정당인 노동당은 윈저 프레임워크에 동의한다고 합니다.

     

     

     

    합의안 통과의 걸림돌, 결국 집 단속이 중요하다

    문제가 되는 점은 리시 수낙의 당내 경쟁자들과 유럽회의론자, 브렉시트주의자들의 반대입니다.

    이 합의안 조차 북아일랜드에서 EU 법 적용을 완전히 배제하지 못했습니다.

    영국의 주권 침해라는 것이 기본적인 이들의 입장입니다.

     

    리시 수낙 영국 총리
    리시 수낙 영국 총리

     

    하지만 계속 이러다 진짜 나라 찢어집니다.

     

    브렉시트 전부터 북아일랜드와 스코틀랜드 등은 EU 탈퇴에 반기를 들고 폭력까지 행사하는 상황입니다.

    북아일랜드는 아일랜드에게 경제적 문화적으로 점점 기울고 있습니다.

     

    리시 수낙 입장에서는 더이상 시간 끌 수가 없고, 한 나라 안에서 교류가 가능하도록 빨리 상황을 마련해야 했을 것입니다.

     

    심지어 북아일랜드의 제1당은 아일랜드 민족주의 정당인 신 페인입니다.

    신 페인은 아일랜드의 통일을 강력하게 주장해온 정치 세력입니다.

     

    1석 차이이자 제 2당인 민주연합당은 영국의 지지부진한 태도와 북아일랜드가 점점 본토와 멀어지는 상황에 분노했습니다.

    어느 쪽이든 크게 분쟁이 일 수 있었습니다.

     

    신페인
    신페인

     

    그러나 이 합의안이 브렉시트 상황에 가장 부정적인 민주연합당에게 권력을 부여할 수도 있습니다.

     

    북아일랜드 의회는 분쟁을 막기 위해, 다수결 투표를 공동체 투표로 변형시켰습니다.

    북아일랜드 의회는 영국측 연합주의자, 아일랜드 민족주의자, 기타로 나뉩니다.

    전체 90명의 의원 중 30명이 요구하면, 단순 다수결이 아니라 공동체 내에서의 과반수 찬성을 얻어야 합니다.

     

    북아일랜드 의회 정족수
    북아일랜드 의회 정족수

     

    연합주의가 과반, 민족주의자 과반, 기타 과반이 충족되어야, 주요 안건이 통과되는 것입니다.

     

    윈저 프레임워크를 승인하면, 각 공동체의 과반을 차지하는 정당들이 EU 법에 대한 거부권을 가지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민주연합당이 우려하는 안건을 일단 배제시킬 수 있는 겁니다.

     

    제프리 도날드슨 민주연합당 대표
    제프리 도날드슨 민주연합당 대표

     

    민주연합당(DUP) 대표는 이전 프로토콜부터 적극적으로 반대해왔는데, 일단 이 프레임워크가 자신들의 요구사항과 무엇이 다른지 상세히 검토하겠다고 했습니다.

     

    결국 DUP가 연립정부에 참여해야 북아일랜드 자치정부가 작동하는데, 이번 기회가 북아일랜드의 갈등을 낮출 수 있을지,

    그리고 취임한지 얼마 안 된 리시 수낙의 업적으로 남을지 지켜봐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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