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율적 시장가설과 제멋대로인 주식시장
우리는 자유시장경제체제에서 살아가고 있습니다. 자유시장은 지금까지 알려진 수단 중에 가장 효율적으로 자원을 배분하는 도구입니다. 자유시장은 그 형태에 따라 매우 다릅니다. 실물이 존재하는 시장도 있지만, 그렇지 않고 관념적으로 존재하는 시장 또한 분명히 있습니다. 관념적으로 존재하는 무형의 자유시장은 대표적으로 금융시장이 있습니다. 금융시장은 실물에 근거한 금융상품을 주고받거나, 금융상품에 다시 기반을 둔 금융상품을 거래하기도 합니다. 우리가 시장경제체제에서 살아가는 이유는 시장이 효율적으로 자원을 배분해줄 것이라는 믿음 때문입니다. 그러나 우리는 인간입니다. 인간은 불완전한 존재이고, 인간이 발명한 것 중에 완전한 것은 없습니다. 1+1과 같은 수학은 인간이 발견한 것이지, 새로 발명한 것이 아닙니다. 시장경제를 향한 우리의 믿음은 효율적 시장 가설로 이어집니다. 효율적 시장가설은 이미 시장이 모든 공개정보를 반영하기 때문에, 추가적인 위험이 없이 금융자산이 기대 수익보다 초과 수익을 달성할 수 없다는 가설입니다. 이 가설에 따르면, 단기적으로 주식이 변동할 수 있으나, 장기적으로는 주가가 해당 주식의 가치로 수렴합니다. 그러나 인간은 경제학 이론이 가정하는 것처럼 합리적이지 않습니다. 오히려 탐욕과 눈앞의 차트 그래프에 더 의존합니다. 게임스탑 사태와 코로나 바이러스 창궐이 시작되는 시기의 유동성 랠리를 떠올려보세요. 때로는 무한히 주식이 상승할 것이란 믿음, 또 다른 때는 거대 금융집단에 대한 복수심이 증시를 움직입니다. 그래서 전문가들은 더 싸우지 않기 위해 이론을 절충한 것처럼 보입니다. 시장은 효율적이지만, 자주 그렇지도 않다는 관점이 바로 그렇습니다.
좋은 시장과 비효율적인 시장, 그 사이에서
시장이 효율적인 사례를 실제로 찾아볼 수 있습니다. 수 개월 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대해, 폴란드의 안보 불안이 급속히 증가하였습니다. 무기 구매가 여러모로 까다로운 미국과 독일을 뒤로하고, 폴란드는 대한민국의 무기를 구입하겠다고 발표했습니다. 얼마 전, 그렇게 구매한 무기 중 일부가 빠르게 폴란드로 이전되었습니다. 폴란드의 무기 구매 발표 당시, 현대로템 등의 방산 주식은 가파르게 증가했습니다. KF-21 보라매의 발표 당시 한국항공우주의 주가 또한 상승했습니다. 이처럼 공개되는 정보는 정보와 관련된 주식에 빠르게 반영됩니다. 그러나 정보라고 해서 다 높은 가치를 지니지 않습니다. 때로는 증시 상승만을 노린 가짜 정보이기도 합니다. 가짜정보가 아니더라도, 성공을 하기 어려운 경우 가짜 정보와 같은 효과가 나타나기도 합니다. 바이오 기업이 대표적입니다. 바이오 분야는 성공하기가 정말 어려운 분야입니다. 임상시험의 각 단계를 통과하고 주요 국가의 식약처에 약품 허가를 받는 것은 하늘의 별따기입니다. 재밌는 것은 임상 단계를 통과하면 주가가 떨어지는 경우가 있다는 것입니다. 임상 2상을 통과하는 뉴스가 나오면, 주가가 올라가야 할 것 같지만, 마냥 그렇게 움직이지 않습니다. 회사의 가치를 평가하는 투자자가 아니라, 이슈에 따라 사람들의 관심을 끌고 초단기 차익을 노리는 사람들이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합니다. 그래서 셀트리온의 성공을 기다린 투자자들을 우러러보는 것입니다. 바이오시밀러의 가치를 알고 성공할지 실패할지 모르는 기나긴 시간을 버텼기 때문입니다. (물론 셀트리온에 투자한 초기 투자자는 제대로 바이오 분야를 공부했다면, 전혀 불안하지 않았을 수 있습니다.)
가치투자자가 변덕쟁이 금융시장에서 가져야 할 자세
그러므로 우리는 시장의 변동성을 견디는 마음을 훈련해야 합니다. 또 그러한 자세로 투자에 나서야 합니다. 합리적인 기준으로 투자를 하다가, 비정상적인 기회가 왔을 때, 지나친 탐욕을 통제하고 수익을 실현하는 단단한 태도를 내재화해야 합니다. 그 밖에 가치투자자가 받아들여야 할 당연한 내용들이 있습니다. 주식시장이 경기 변동에 선행한다는 점이 첫째입니다. 또 금융 시장이 먼저 불타오르면서, 그 유동성이 실물 경기로 이어진다는 점입니다. 그리고 버블 현상을 바라보는 관점에 조심해야 합니다. 투자시장의 버블은 종목의 가치를 과하게 측정한 상황이 있고, 심리적으로 뒤처지면 안 된다는 FOMO, Fear of Missing Out에 의한 버블이 있습니다. 이 두 가지 상황이 같이 벌어지면, 어마어마한 주가 폭등과 폭락이 이어질 수 있습니다. 2022년 리그오브레전드 월드 챔피언십의 우승팀인 DRX의 Deft 선수가 경기 패배 후 언론 인터뷰에서 한 이야기가 있습니다. 그 이야기를 기자가 '중요한 것은 꺾이지 않는 마음'이라고 재해석했습니다. 대한민국의 카타르 월드컵 대표팀도 16강 진출 시 이 표어를 사용했습니다. 이 표어는 가치투자자의 상징이라고 봐도 됩니다. 다른 투자자의 눈치를 보지 않고 자산과 시장을 냉철하게 보는 투자자로 우리가 거듭나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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