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잃어버린 20년'에서 벗어나려는 일본의 시도, 양적완화
앞서 일본은행(Bank of Japan)에 대한 게시글에서, 일본의 경제 침체(Recession)를 언급했습니다. 일본의 침체는 20년 이상을 지속했습니다. 혹자는 30년이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2022년 총격으로 저세상에 간 아베 신조 전 일본국 내각총리대신은 일본의 성장동력을 어떻게든 되돌리기 위한 경제정책을 내놓았습니다. 이 정책이 일본판 양적완화(Quantitive Easing)라고도 불리는 '아베노믹스(Abenomics)'입니다. '아베노믹스'는 일본의 저금리 상태 유지를 목적으로 합니다. 무제한에 가까운 양적완화 정책을 통해 일본 내 통화량을 늘리고, 정부의 공공사업을 확대하며, 민간 투자를 많이 이끌어내려는 것입니다. 물가 상승이 매우 높으면 안 되지만, 경제성장을 하는 나라는 화폐가 활발히 돌기 때문에, 물가 상승이 적절히 이루어져야 합니다. 일반적으로 바람직한 물가상승(Inflation)의 규모를 연 2~3%로 여깁니다. 2012년 시작한 이 정책은 실제로 일본의 경제를 우상향 시킵니다. 금리가 낮아지면 국채(Bonds)의 가격은 높아집니다. 기업은 금융기관에서 대출을 받기 좋아지고, 시장에 화폐가 많아지면 늘어난 화폐를 더 소비할 수 있습니다. 혹자는 일본의 양적완화의 피해자를 대한민국으로 짚었습니다. 실제로 이 당시 대한민국의 경제 실적과 외국발 투자금에 문제가 생겼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일본의 양적완화에는 함정이 있습니다. 저금리를 유도하는 정책은 시중은행의 금리에도 영향을 미칩니다. 일본의 고령 사회는 아주 유명합니다. 일본의 많은 고령층 시민은 연금이나 은행의 이자소득에 기대고 있습니다. 저금리 정책이 집행되면, 이 사람들의 소득에 직접 영향을 미칩니다. 저금리의 수준을 일정정도 유지하면 괜찮지만, 화폐가치가 예상보다 더 폭락하면, 수입품과 원자재의 가격이 상승하여, 물가에 악영향을 미칩니다. 반대로 금리가 상승하면, 양적완화가 노린 경제의 성장동력을 꺼뜨릴 수 있습니다. 금리와 채권의 가격은 반대로 움직입니다. 금리가 올라가면 일본은행이 양적완화 정책으로 매입한 채권의 가격이 내려갑니다. 일본은행의 재정이 크게 손실을 입고, 이는 일본 전체의 피해로 돌아올 수 있습니다. 그래서 일본은 수익률 곡선 통제, YCC(Yield Curve Control)라는 통화정책을 사용했습니다. 국채를 비롯한 채권은 만기가 있습니다. 만기가 길수록 채권의 수익률이 높습니다. 만기가 다른 채권의 수익률을 일정 수준으로 유지하는 것입니다. 일본의 금리는 너무 낮아도 너무 높아도 안 되는 것입니다. 그러나 이 정책이 최근 궁극적으로 붕괴합니다.
코로나 출구전략 실패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그리고 긴축정책
미국의 연방준비제도(Federal Reserve System of the United States)는 코로나바이러스(Covid-19) 창궐로 인해, 사람들이 돈을 쓰고 싶어도 집에 갇혀 소비를 못하는 상황에 직면했습니다. 연방준비제도는 다시금 기준금리를 대폭 낮추고 양적완화를 시행했습니다. 미국 연방정부(Federal Government of the United States)도 별개로 재정정책(Fiscal Policy)을 집행했습니다. 재정을 대폭 확장하여, 정부와 시민의 소비 수준을 높이는 것입니다. 그러나 점차 위드코로나로 나아가며, 사람들은 집 밖으로 나왔습니다. 재화와 용역의 수요량은 급속히 상승했고, 물가는 이에 따라 마찬가지로 상승했습니다. 연준은 점진적으로 다시 기준금리를 올리는 계획을 가졌지만, 통화정책(Monetary Policy)과 재정정책이 생각보다 막대한 통화량을 유통시킨 탓에, 물가는 가파르게 상승했습니다. 여기에 악재가 하나 늘어납니다. 러시아(Russian Federation)가 우크라이나(Ukraine)를 침공하며, 식료품과 석유 등의 원자재 무역이 냉각됩니다. 원자재의 가격 상승은 이를 재료로 하는 수많은 제품의 가격을 상승시킵니다. 가파른 물가 상승에 놀라며, 연준은 기준금리(Base rate)를 강하게 올립니다. 이것이 급격한 양적긴축(Quantitive Tapering)의 시작입니다. 경제주체는 이자를 더 많이 주는 금융상품에 투자하기 마련입니다. 미국의 기준금리가 올라가니, 달러(Dollars)를 대출 받은 투자자는 대출을 빨리 상환하고, 달러를 가진 투자자는 미국에 투자하게 됩니다. 미국이 아닌 다른 나라의 달러화가 미국으로 돌아가는 것입니다. 이는 개별 국가의 통화가 가지는 가치를 하락시킵니다. 이는 일본도 피해 갈 수 없었습니다. 원자재 가격이 상승하고, 미국과 기준금리 차이가 벌어지며, 엔화의 가치가 떨어집니다. 엔화의 가치가 떨어지니 원자재 가격은 더욱 상승합니다. 이러한 악영향을 끊어내려면 일본도 기준금리를 상승시켜야 하지만, 기준금리의 상승은 일본은행이 양적완화를 통해 매입한 채권 등 자산의 가치를 하락시킵니다. 진퇴양난이 이럴 때 쓰는 말일 것입니다. 미국은 이번 금리인상에서 빅스텝(Big Step; 0.5%)을 밟았습니다. 자이언트스텝(Giant Step; 0.75%) 보다 낮지만, 여전히 높은 금리인상입니다. 이제 연준 이사회(Board of Governors of Federal Reserve System)는 점도표(Dot Plot)를 통해 5%가 넘는 기준금리 상한선을 예상합니다.
다각적인 일본의 정책 포기 압력, 일본 금리 인상의 신호인가
이를 잘 아는 다국적 투자자와 채권 자경단(Bond Vigilantes)이라고 하는 채권투자자의 전략적 행동은 치명적이었습니다. 빠르게 자리에서 물러난 영국(United Kingdom of Great Britains and Northern Ireland)의 전 총리(Prime Minister) 리즈 트러스(Liz Truss)는 때 아닌 긴축재정정책으로 세계 경제에 충격을 안겼습니다. 미국발 기준금리 인상을 영란은행(Bank of England) 또한 따라가야 했습니다. 영란은행은 파운드화(Pound Sterling)의 통화량을 줄여나가야 했는데, 새로운 영국 정부의 재정정책이 이와 전혀 달랐습니다. 트러스 전 총리는 감세를 필두로 한 재정정책안을 세계 경제에 내놓았습니다. 감세는 사람들의 소비 수준을 높이고, 소비의 증가는 인플레이션을 불러옵니다. 인플레이션이 매우 높아지는 상황에 항공유를 붓는 꼴입니다. 이게 다가 아니었습니다. 이러한 경제 상황이라 해도, 정부가 감세를 한다고 하면, 정부의 재정 규모를 줄이는 것이 당연합니다. 그러나 트러스 전 총리는 재정규모를 줄일 생각이 없었던 것입니다. 영국 정부가 채권을 추가로 발행할 생각을 하니, 시장은 채권의 가격이 하락할 것을 예상하고, 손해를 보지 않기 위해 채권을 대거 매각했습니다. 채권이 하락하면, 영란은행이 양적완화를 위해 매입했던 채권의 가격이 떨어집니다. 파운드화 또한 세계 경제에서 중요한 역할을 수행하는 화폐입니다. 그리고 영국과 미국의 채권은 여러 금융기관이 포트폴리오를 구성할 때 주로 매입하는 자산 중 하나입니다. 이는 영국의 연금 기관이나 정책기금 또한 마찬가지입니다. 영국의 여러 금융기관은 영국 국채를 기반으로 레버리지 투자를 했습니다. 문제는 채권의 가격이 많이 떨어져서 레버리지의 전제 조건을 위협하면, 자산을 불필요하게 소모해야한다는 점입니다. 영란은행은 영국 정부의 아마추어적 정책에 기겁했습니다. 그래서 영란은행은 채권을 매각해야 하는 입장인데도, 채권 가격을 유지시키는 등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채권을 매입합니다. 이러한 영향은 준 기축통화인 엔화를 발행하는 일본은행에도 미칩니다. 일본의 외화는 빠져나가고, 엔화의 가치는 폭락합니다. 일본은 현상유지를 원했으나, 점점 벌어지는 미국의 기준금리와의 차이는 일본에게 더 강한 압력을 주었습니다. 일본은행은 결국 YCC 정책을 유지하는 금리 변동 폭을 기존보다 넓혔습니다. 이는 매우 큰 시사점을 지닙니다. 일본이 국채 금리가 일정정도 더 증가해도 그러한 상황을 용인한다는 뜻입니다. 점차 일본이 금리 인상의 압박을 정책으로 수용할 것이라는 점에서, 일본 또한 경제침체의 늪에 깊게 빠질 수 있습니다. 국가 채무 증가와 일본은행 및 금융기관의 자산 손실을 감수해야 하니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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