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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지식 공부

영란은행, 중앙은행의 전통과 예술적인 위기 대처

by 이슈토네이도 2022. 12.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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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란은행의 명칭 유래와 기능

영란은행(Bank of England)은 영국, 정확히는 그레이트브리튼 섬과 북아일랜드의 연합왕국(United Kingdom of Great Britain and Northern Ireland)의 중앙은행(Central Bank)입니다. 영란은행은 꽤 오래된 은행입니다. 세계 최초의 은행은 아니지만, 세계 2번째로 운영된 중앙은행입니다. 영란은행은 블로그 운영자인 저조차 생소한 이름입니다. 영란이라는 말은 약 40년 전까지, 잉글랜드를 부르던 이름입니다. 애초에 영국이라는 말이, 잉글랜드를 다르게 부르는 말입니다. 마치 프랑스를 불란서라고 읽던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실형을 받고 수감된 이명박 전 대통령도 프랑스를 불란서라고 부르는 습관을 언론 앞에서 드러낸 적이 있을 정도입니다. 우리는 지금 프랑스(French Republic)를 프랑스라고 읽지만, 그레이트브리튼 섬과 북아일랜드의 연합왕국을 마땅히 압축적으로 번역할 방법이 없기도 합니다. 그래서 우리는 영국을 영국이라고 읽습니다. 영란이라는 말이 꽤 오래된 말이다 보니 잉글랜드 은행이라고 불러도 전혀 이상하지 않습니다. 여담으로 그레이트브리튼이 그냥 브리튼이 아닌 이유는 프랑스와의 역사에서 찾을 수 있습니다. 프랑스에 브르타뉴(Bretagne)라는 지방이 있는데, 이 지방이 브리튼 섬 주민이 이주해서 세워진 지역입니다. 그래서 브르타뉴를 작은 브리튼(Little Britain), 브리튼 섬은 큰 브리튼(Great Britain)으로 여겼습니다. 영란은행은 영국의 화폐인 파운드 스털링(Pound Sterling)을 발행하는 기관입니다. 그러나 법적으로는 영란은행만 화폐를 발행하는 것은 아닙니다. 스코틀랜드(Scotland)와 북아일랜드(Northern Ireland) 등의 일부 은행에서도 잉글랜드 파운드와 1:1로 교환되는 파운드를 발행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통용되는 일반적인 통화는 잉글랜드 파운드입니다. 영란은행은 일반적인 중앙은행처럼, 영국의 금융통화정책(Financial and Monetary Policy)을 관장합니다. 통화주의에 입각하여, 통화량의 조절을 통해서 경기의 상승과 후퇴를 조절합니다. 영국이 세계를 호령하던 제국 시절, 파운드화는 세계의 기축통화였습니다. 미국이 영국의 패권(Hegemony)을 양측의 전쟁 없이 이어받았지만, 여전히 파운드화는 유로화, 엔화와 함께 세계의 주요 무역통화입니다. 미국의 연방준비제도(Federal Reserve System of the United States)만큼은 아니지만, 유로존(Eurozone)의 유럽중앙은행(European Central Bank)처럼 세계 경제에 큰 영향을 주는 정책이 이 영란은행에서 나온다고 할 수 있습니다.

영란은행

영란은행의 길지만 간략한 역사

과거 잉글랜드는 유럽 여러나라가 참전한 9년 전쟁에 참여했습니다. 일부 해전에서 잉글랜드가 프랑스에 처참하게 졌는데, 이때 영국의 왕이 해군의 군사력을 강화시키기를 원했습니다. 그때나 지금이나 군대는 반드시 필요한 돈 먹는 하마입니다. 옆집 하마가 점점 커가면 덩달아서 우리 집의 하마도 키워야 합니다. 이 자금을 모으기 위해 왕실이 은행을 창설한 것이 영란은행의 시작입니다. 영란은행은 1730년대에 지금의 위치로 은행을 이전했습니다. 이때의 은행은 화폐 발행을 위해 충분한 양의 금을 가져야 했습니다. 그러나 프랑스혁명(French Revolution)에 대응하기 위한 전쟁 중 전쟁 자금이 상당히 필요했고, 금의 유출은 이어졌습니다. 영국 정부는 금의 유출을 막는 법을 제정했습니다. 1844년 영국 정부는 은행 승인법을 제정하여, 영란은행에 은행 사무에 관한 독점적인 권한을 부여했습니다. 1930년대에 가서야 그 밖의 구성국의 은행 일부에 화폐 발행권한이 주어집니다. 영란은행은 사기업의 구조와 비슷한 지분 구조를 가졌으나, 1946년 영국 정부가 영란은행을 국유화했습니다. 1998년 토니 블레어(Anthony Charles Lynton "Tony" Blair) 전 총리 및 노동당(Labour Party) 당수는 영란은행을 영국 정부 내 소속기관에서, 정부와 분리된 공공기관으로 개혁했습니다. 이로써 영란은행은 중앙은행의 통화정책 독립성을 확보했습니다.

 

영란은행

독립성을 가진 영란은행,  정부 실패의 효과적 대처

영란은행의 독립성은 코로나바이러스 창궐로 인한 경제위기에 빛이 났습니다. 한 달을 조금 넘는 임기를 수행한 리즈 트러스 전 총리와 그의 내각은 감세를 통한 영국 경제의 활성화를 주창했습니다. 경제위기 타개를 위한 막대한 유동성 공급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인한 원자재 가격 상승은, 위드코로나 체제로 나아가며 급격한 인플레이션으로 돌아왔습니다. 트러스 전 총리의 정책은 두 가지 아주 큰 문제점을 지녔습니다. 먼저 감세는 사람들의 소비를 늘리고, 늘어난 소비는 인플레이션으로 이어진다는 점입니다. 둘째로, 감세 정책은 정부의 긴축재정으로 이어지는 점이 필수적인데, 재정 규모의 축소 없이, 감세로 인한 재정 부족분을 국채 발행으로 메울 것이라고 시사했다는 점입니다. 미국이 기준금리 인상을 했다는 점은 미국이 세계에 풀린 달러화를 회수하겠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전 세계는 과한 인플레이션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영국도 마찬가지입니다. 트러스 전 총리는 감세 정책으로 인플레이션을 더 키우겠다는 신호를 시장에 보냈습니다. 또 국채의 발행은 국채의 가격을 떨어뜨립니다. 세계의 여러 금융기관, 또는 연기금 기관은 선진국의 국채를 안전자산으로 매수합니다. 영국의 국채는 안전자산 중 안전자산으로 여겨지기 때문에, 영국 국채를 레버리지 수단으로 삼아서 여러 기관이 수익을 극대화했습니다. 국채의 가격이 크게 하락하면, 이러한 기관들의 대처 방법은 크게 2가지입니다. 국채 레버리지 상품을 매각하거나, 마진 콜로 인한 추가증거금을 지급해야 합니다. 이러한 문제점을 이해하고, '채권 자경단(Bonds Vigilantes)' 등의 세계 투자자는 영국 국채를 매각했습니다. 영란은행은 통화량을 줄이기 위해 채권을 매각해 왔습니다. 그러나 채권의 가격이 폭락하면 연기금과 자신의 자산이 크게 손해를 봅니다. 인플레이션이 심해지는 것은 당연합니다. 그래서 영란은행은 급하게 국채를 다시 매입합니다. 보다 유연한 대처로 더 큰 위기를 막은 것입니다. 영란은행의 조치는 트러스 전 총리와 집권 보수당의 아마추어리즘을 드러냈다는 평가를 받습니다. 트러스 전 총리는 보수당 당원의 투표로 당선되었지만, 정책 실패의 책임을 지고 물러났습니다. 결국 보수당 국회의원들의 투표로만 차기 총리를 선출하였습니다. 리시 수낙(Rishi Sunak) 신임 총리는 안정적으로 위기에 대처하는 것으로 보이지만, 영국의 여러 지역에서 에너지 부족 사태가 발생했다는 뉴스 기사가 지난달에 나왔습니다. 경제 전문가라는 수낙 총리의 행보에 관심을 두어야 하는 이유가 하나 더 생긴 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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