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중앙은행의 역할과 기능
유럽중앙은행(European Central Bank; ECB)은 유럽연합(European Union)의 중앙은행입니다. 유럽중앙은행은 유럽연합의 통화인 유로화(Euro)를 발행하는 기관입니다. 유럽연합 가입국은 유로를 사용하지만, 이것이 강요되는 것은 아닙니다. 유로화 도입 당시, 영국(United Kingdom of Great Britain and Northen Ireland)은 통합화폐 도입에 반대하여 영국의 화폐인 파운드화(Pound sterling)를 유지했습니다. 그 밖에 덴마크(Kingdom of Denmark) 등의 나라는 유로화 사용을 하지 않고 있습니다. 하지만 유럽연합의 헌법(Constitution) 역할을 하는 마스트리흐트 조약(Maastricht Treaty)은 일정 기간 자국 화폐 사용을 인정하되, 유로화로 화폐를 전환해야 한다고 정했습니다. 마스트리흐트 조약뿐만 아니라 리스본 조약(Treaty of Lisbon) 등의 규정도 유럽연합의 헌법 격으로 인정됩니다. 유럽중앙은행은 유로화의 발행을 독점하면서, 유로화를 사용하는 나라들(유로존; Eurozone)의 통화정책(Monetary Policy)을 담당합니다. 유럽연합은 국가들의 연합체 성격을 띠지만, 개별 국가의 재정정책에 관한 주권은 통합 당시 이양받지 못했습니다. 아무래도 유럽의 세부 지역과 국가별로 경제의 발전 정도나 규모가 다르기 때문입니다. 유럽중앙은행은 유로화와 유럽의 통화정책을 담당하기 때문에, 미국(the United States of America)에 버금가는 세계 경제 영향력을 지닙니다. 유럽중앙은행에서 미국의 연방준비제도(Federal Reserve System of the United States)에서 나타나는 연방제적 성격을 볼 수 있습니다. 미국의 연방준비제도에 미국의 12개 연방은행이 지분을 출자했듯, 유럽 각국의 중앙은행이 유럽중앙은행에 출자를 했습니다. 가장 많이 출자를 한 은행은 독일연방은행(Deutsche Bundesbank)이고, 그다음을 프랑스은행(Bank of France)이 뒤따릅니다.
유럽통합과 단일시장
제2차 세계대전(World War II) 종전 이후, 세계는 평화질서를 새로 구축하기 위한 발걸음을 옮겼습니다. 대표적인 기구가 유엔(United Nations)입니다. 유엔은 기존의 국제연맹(League of Nations)의 실패를 교훈 삼아, 국제기구의 불완전성과 주권의 독립성, 그리고 실제 강대국의 영향력을 조화시키려고 했습니다. 그러나 국가간의 대화와 연합으로 평화를 도모한 것은 유엔뿐만이 아닙니다. 윈스턴 처칠(Winston Leonard Spencer-Churchill) 총리는 유엔과 유사한 국제기구가 유럽에 있어야 한다고 역설했습니다. 그리고 프랑스(French Republic)는 전쟁의 가장 큰 피해자 중 하나로서, 독일(Federal Republic of Germany; 여기서는 통일 이전 서독)의 재무장과 국력 성장을 우려했습니다. 전쟁을 뒷받침하는 요소 중 하나는 자원이기 때문에, 프랑스는 석탄과 철강을 서독과 유럽의 여러 나라와 함께 관리하기로 하였습니다. 이렇게 출범한 국제기구가 유럽석탄철강공동체(European Coal and Steel Community; ECSC)입니다. 이후 로마조약을 통해 유럽경제공동체(European Economic Community;EEC)와 유럽원자력공동체(European Atominc Energy Community; EURATOM)를 설립하여, 유럽국가 사이의 분쟁 방지와 평화, 원자력의 평화적 사용 등을 추구했습니다. EEC는 회원국 사이의 관세동맹을 발전시켰는데, 이러한 흐름을 프랑스는 확대하기를 원했고, 영국은 초국가적 기구의 권한이 강해지는 것을 우려했습니다. 결국 1965년에 이 공동체들을 합병하게 되었고, 1967년 유럽공동체(European Community; EC)가 출범하였습니다. 점차 회원국의 수는 많아졌고, 유럽의회 등의 기구도 활발히 가동되었습니다. 1980년대 후반, 동구권의 자유화와 함께, 1992년 유럽연합이 설립되었습니다. 수년 뒤, 더 많은 국가가 가입하였고, 1994년 유럽연합이 경제통화동맹(The European Economic and Monetary Union, EMU)을 추진하며, 공동 통화인 유로화의 도입을 추진했습니다. 각국의 환율을 목표치에 맞게 조정하면서 1999년 유로화가 도입되었고, 정착기를 가진 후에 기존 통화가 폐지되면서 진정한 의미의 단일 시장으로 나아갔습니다.
브렉시트와 유럽의 위기, 미국의 양적긴축(Quantitive Tapering)
앞에서 말했듯, 통화정책은 유럽중앙은행의 독점적 권한입니다. 경제위기에 빠진 일부 유로존 국가는 재정정책을 실시해도, 재정정책과 통화정책을 모두 집행하는 나라보다 경제를 회복시키기 어려워할 것입니다. 이 점이 유로존에 위기가 도래하는 이유 중 하나입니다. 단일시장은 단순히 국가간 관세를 철폐하는 것이 아닙니다. 언어의 장벽은 있지만, 자본과 거주 이전, 노동력의 이동의 자유까지 보장하며 자유시장 경제의 발전을 추구하는 것입니다. 지금 대한민국의 국민이 다른 광역지방정부로 이사하여 새 직장을 잡는 것처럼, 유럽인들은 자유로이 이동하여 일자리를 찾는 것입니다. 물론 유로존에 가입하지 않는 국가라 해도, 단일시장의 장점을 누리지 못하는 것은 아닙니다. 유럽연합에 가입한 나라는 솅겐 조약(Schengen Agreement)도 가입하여, 국경 검문을 철폐합니다. 비 유로존이면서 유럽연합에 가입한 국가는 영국으로 이동하여 금융권에 입사할 수 있는 것입니다. 물론 이는 브렉시트(Brexit) 이전 까지입니다. 시리아에서 내전이 일어나면서 수백만의 난민이 다른 나라로 이동했습니다. 당시 독일의 총리(Bundeskanzlerin)인 앙겔라 메르켈(Angela Dorothea Merkel)은 적극적으로 난민을 수용하여 인도적인 행정을 펼치고자 했지만, 영국의 보수진영은 이러한 점을 매우 싫어했습니다. 국경 이동의 자유는 이방인에게도 허용되기 때문입니다. 영국의 구성국 중 하나인 잉글랜드(England)의 중장년층을 비롯한 유럽연합 탈퇴진영은 영국을 유럽연합 탈퇴로 이끌었고, 세계 곳곳에서 유럽연합의 능력에 의구심을 품었습니다. 지금 세계는 위드코로나로 나아가고 있습니다. 코로나바이러스로 인한 경제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세계 각국은 중앙은행을 통해 막대한 통화량을 공급했고, 유럽과 미국도 예외는 아니었습니다. 이제 공급한 통화량을 다시 축소시키면서, 유로존 내 잘 사는 국가와 그렇지 못한 국가 사이의 경제력 차이가 더욱 커지고 있습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도 대처해야 하는 상황에서 유럽의 리더와 유럽중앙은행이 어떠한 길을 걸어갈지 꾸준히 주목해야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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